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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58 (23시즌) 이야기 – 1

금번 슈퍼볼 치프스의 승리에서 가장 큰 공훈자 중 하나는 치프스의 수비이다.

마홈즈와 켈시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이 시즌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다가 포스트시즌에 확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보인 반면, 치프스의 수비는 시즌 내내 단 한게임도 30점이상 실점을 하지 않는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치프스 수비 최다 실점이었던 13주차 패커스전>
<올해 치프스 수비 최다 실점이었던 13주차 패커스전>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 시대 최고의 플레이오프 수비코치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스패그놀로 수비코치가 있다. 1999년 이글스의 전설적인 수비코치 짐 존슨 휘하에서 프로 수비코치 커리어를 시작한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치프스왕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19년도부터 캔자스시티 치프스에 합류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스티브 스패그놀로 코치

현대 NFL에 있어서 쿼터백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감에 따라, 그 쿼터백을 육성, 활용할 수 있는 공격코치 위주의 감독 선임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있다. 그런 면 때문인지 수비코치 중에서는 감독으로서의 실패를 맛본 뒤, 감독을 무리하게 노리기보다는 클래스 있는 수비코치로서 만족하는 소수의 인물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스티브 스패그놀로이다.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캔자스시티에 부임하기 전 뉴욕 자이언츠의 수비코치로서 2007년도 슈퍼볼에서 톰브래디, 랜디모스가 있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만났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시즌 전승에, 득점 1위, 전진야드 1위를 기록한 무시무시한 팀이었지만,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패트리어츠가 시즌 최저 득점기록인 14점 만을 기록하게 만들며 빌 벨라칙과 톰브래디에게 전승 준우승을 선물한다. 능력을 인정받은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세인트루이스 램즈의 감독이 되지만 감독으로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다가, 앤디리드의 캔자스시티 치프스에 수비코치로서 합류한다(앤디리드는 스티브 스패그놀로가 이글스에서 프로커리어를 시작하였을 때 이글스의 감독이었다).

스티브 스패그놀로의 치프스 커리어 초기는 마홈즈시대, 즉 캔자스시티 왕조가 시작되려고 할 때였다. 당시 치프스는 팀의 자원을 대거 공격쪽으로 배분하고 있었고, 수비쪽 선수들의 능력은 공격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그런 선수들로도 플레이오프에서 상대에 맞춘 전술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었다. 치프스는 작년부터 수비쪽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물만난 고기처럼 치프스의 수비가 리그 최고수준으로 꼽히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강팀들을 상대로도 연거푸 30점 이하의 실점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슈퍼볼 후 스티브 스패그놀로는 인터뷰를 하며 여러 선수들을 언급했다. 인터뷰를 듣고 슈퍼볼 경기를 다시 보았을 때, 이번 슈퍼볼 치프스 수비의 최대 공로자로 4명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글에서 그 4인이 어떤 선수인지 슈퍼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1. 닉 볼튼

스티브 스패그놀로의 여러 인터뷰들을 보면, 그가 치프스의 수비진에서 가장 칭찬하는 존재는 바로 미들라인배커인 닉 볼튼이다. 스패그놀로가 인터뷰에서 밝히길, 자신의 커리어에서 올해 치프스 수비만큼이나 다수의 풋볼 IQ가 높은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닉 볼튼이라고 한다.

수비진의 쿼터백이라고 할 수 있는 미들라인배커에 위치해서 빠른 판단력과 강한 태클능력이 장점인 선수로 알려져있는 선수인데 스패그놀로 수비코치는 그의 진정한 가치는 높은 전술이해도와 그에 따른 수비조율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번 게임 굉장히 큰 분수령이 되었던 4쿼터 2:00 캔자스시티 35야드 지점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가 3RD & 5를 맞이한 상황에서, 치프스는 대담하게도 수비진을 왼쪽으로 치우치게 페이크를 주고는 오른쪽에서 트렌트 맥더피를 쇄도시키며 기세가 올랐던 상대의 공격을 필드골로 막았다. 스패그놀로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플레이는 3RD다운이 아닌 4TH다운을 위해 기획된 플레이였으며 애초에 치프스의 수비진은 이 플레이가 아닌 다른 플레이를 위해 대열을 짜놓았다가 투미닛 타임 사이에 닉볼튼과 자신이 대화를 나누어 이 수비전술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 자신의 플레이 뿐만이 아니라 아군인 트렌트 맥더피의 쇄도능력, 우리 수비수들이 왼쪽으로 치우쳤을 때 상대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확히 예측하는 상대 플레이 분석능력,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스패그놀로가 치프스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피스로 닉 볼튼을 뽑는 것이다.

수비코치 스티브 스패그놀로가 꼽은 이번 게임 최고의 분수령 플레이 (닉볼튼의 지휘력)

2. 리오 샤넬

이번 게임에서 가장 숨은 살림꾼을 뽑으라하면, 단연 라인배커인 리오샤넬이다. 195cm에 113kg의 큰 체구를 활용해 태클 능력이 좋은 선수인데, 패스게임이 증가하면서 스피드가 중요해져가는 현대 NFL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파워형 러닝수비용 라인배커 중 하나이다.

포티나이너스의 게임이 러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에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입장에서 러닝을 막는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리오 샤넬은 이 점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시즌 내내 시도당 5야드를 넘는 기록을 남긴 크리스챤 맥캐프리의 러싱을 4야드 이하로 봉쇄를 하는데 성공하며 포티나이너스이 감독이 카일 섀너핸의 한쪽 팔과 다리를 묶어버리는데 성공했다.

시즌5.2
슈퍼볼3.6
크리스챤 맥캐프리 러싱 시도당 전진야드

리오샤넬이 러닝 수비를 하며 외곽을 봉쇄하는 능력은 대단히 뛰어났다. 러닝에 있어서 Set the edge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러닝백이 밖의 공간으로 돌아나가지 못하고 수비들이 많은 내곽으로 방향을 꺾을 수 밖에 없게 외곽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라는 뜻이다. 러닝의 모든 것이 이 플레이에 달려 있다라는 말을 하는 코치들이 있을 정도로 외곽라인배커의 외곽 러닝 수비차단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리오샤넬은 이번 슈퍼볼에서 Set the edge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큰 체구에서 나오는 강한 힘을 활용해 내곽 라인맨을 상대하는 포지션에서도 상당히 많이 뛰며, 스티브 스패그놀로가 치프스에서 파운드 포 파운드로 가장 강한 사람은 리오 샤넬이다 라고 한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내곽 쇄도와 내곽 러닝 방어라는 한정된 롤만을 수행할 수 있는 내곽 라인맨 대신에, 패스수비, 외곽 태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리오샤넬의 내곽 라인맨 배치는 스티브 스패그놀라가 상당한 전술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상대 공격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러닝을 차단한 리오 샤넬

3. 트렌트 맥더피 + 크리스 존스

닉 볼튼이 현장지휘관으로서 전체적인 수비를 진두지휘하고, 리오샤넬의 전체적인 수비의 기반을 잡았다고하면, 가장 빛나는 스타들은 트렌트 맥더피와 크리스 존스였다.

크리스 존스는 2년 연속 슈퍼볼 승리를 따내며, 내곽 수비라인맨 중 역대 최고 수비수 논쟁에 오른 애런 도널드라는 밑에 있는 여러 선수 중 하나로 분류되던 자신의 위치를 다시 정립한 것처럼 보인다. 슈퍼볼을 처음 우승할때 3년차의 어린 선수였다면,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치프스 수비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스타였기 때문이다. 전년도 플레이오프 벵갈스전에서는 혼자 상대 공격을 찢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레이를 펼치면서 치프스 우승의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가 되었고, 이번 시즌에는 중요한 순간에 무언가 해주는 역량을 보이며 IT factor, He is Him 등으로 불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티브 스패그놀라는 “크리스 존스는 이제 게임의 흐름을 보며 슈퍼플레이가 필요한 순간을 읽고 슈퍼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슈퍼볼에서 크리스존스는 브락퍼디를 향해 쇄도하며 패스길을 차단했고, 2개의 터치다운을 자신의 힘으로 막았다.

다음 선수는 트렌트 맥더피이다. 22년도 1라운드 픽에 드래프트 된 이 어린선수는 2년만에 올프로에 뽑히면서 자신의 이름을 리그에 알렸다. 정규시즌에도 맨마킹이 좋은 편이었지만, 트렌트 맥더피의 장기는 압도적인 쇄도능력으로 뽑혔다. 하지만 이번 게임에서는 엄청난 맨마킹을 보여주며 49ers의 에이스 리시버인 디보 새뮤얼을 경기내내 따라다니면서 완전히 지워버렸고, 특히나 터치다운 하나를 막아냈던 플레이는 정말 예술적이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디보새뮤얼은 11번의 패스타겟 중 3개의 패스를 잡았을 뿐이며, 도합33리시빙야드에 그쳤다.

49ers 공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디보 새뮤얼을 지워버린 트렌트 맥더피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 치프스의 수비는 꾸준하게 세 손가락안에 드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플레이오프 경기와 슈퍼볼에서도 그 모습을 이어갔다. 전술적으로 강력한 맨마킹 능력을 가진 2선수비를 활용해 맨마킹을 수행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깜짝 쇄도가 있는 스타일을 유지해왔던 치프스의 수비진에서 가장 무서운 점은 이 팀의 수비진이 매우 어리다는 것이다. 더욱이 스티브 스패그놀로가 다른 곳의 감독으로 가지 않고 한 해 더 치프스에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스티브 스패그놀로의 휘하에서 조직력을 더 키운 치프스의 어린 선수들이 내년에는 얼마나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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