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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이나 팬서스의 몰락

CJ 스트라우드 / 브라이스 영

23시즌에 미식축구를 처음 입문한 사람에게는 큰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드래프트의 결과를 보면 1라운드 1번픽은 브라이스 영이고, 2번픽은 CJ스트라우드인데 두 선수 간의 성적은 끔찍하리만큼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CJ 스트라우드는 4108야드 (8위) 터치다운 23개 인터셉션 5개로 20개의 터치다운 이상 기록한 선수 중 터치다운 – 인터셉션 비율 1위를 기록했고, 정확도 63.9%에 그가 이끄는 휴스턴 텍산스는 9승 6패에 플레이오프도 진출했고 플옵에서 1승까지 거둔 반면, 브라이스 영은 2877야드 (20위) 터치다운 11개 인터셉션 10개, 정확도 59.8%로 끔찍한 개인성적에다 2승 14패의 리그 최하위의 팀이라는 성적표도 받아야 했다. 분명 23시즌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전에는 브라이스 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확고한 1번이었다. 빠른 판단력과 함께 필드의 어디든 노릴 수 있는 강한팔, 높은 정확도의 패스로 포인트 가드로서의 역할도 뛰어나고, 작은 마홈즈라고 불릴 정도로 기동력과 함께 이동중 패스능력도 뛰어나고, 플레이메이킹도 할 수 있어서 키만 작은것만 빼면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대학무대에서는 클래스가 있는 선수였다. 그렇다면,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간극이 큰것일까? 사실 그말도 맞다. 하지만 오늘은 팬서스의 감독-코치진이 브라이스 영이라는 재능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팀을 몰락시킨 것에 대해서 여러 기사 및 의견들을 참조해 이야기해보겠다.

2022년 팬서스는 자신들의 감독이었던 맷룰 (Matt Rhule)을 해고 했다. 맷룰은 대학시절 2진의 팀들을 훌륭하게 리빌딩했고 공격쪽에서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맷룰은 NFL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전술쪽에만 너무 치중을 하는 움직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랭크 라잌

그에 따라 팀의 오너인 데이비드 테퍼 (David Tepper)는 CEO역할을 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내부적 결론을 내리고 프랭크 라잌 (Frank Reich)을 고용하기로 결정한다. 이글스 공격코치로 카슨 웬츠의 성장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서 5년간 감독으로서 40승 33패 1무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도 2번이나 진출했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던 인물이었다. 앤드류 럭이라는 준수한 쿼터백이 은퇴한 후에도 흔 들리지 않고 팀에 필요한 자원들을 그때 그때 영입하면서 2020년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는 것이 특히나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프랭크 라잌 본인도 1985년 3라운드에 뽑혔던 쿼터백인데, 팬서스가 창단된 후 처음으로 뛰었던 쿼터백이 이기도 했다.

돔 케이퍼스 / 짐 칼드웰 / 토마스 브라운 / 에지로 에바이로

프랭크 라잌은 취임 인터뷰에서 오너인 테퍼와 함께 리그의 탑 10안에 들 스태프, 감독-코치진을 구성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보통 NFL의 감독들은 계보라는 것이 있어서 그 계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종의 사단이라고 표현해도 될정도로 각 감독-코치진의 사단이 있는데, 프랭크 라잌과 테퍼는 이 계보를 넘어선 고용을 굉장히 많이했다. 아무래도, 22시즌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뉴욕 자이언츠를 벤치마킹한것으로 보이는데, 자이언츠의 감독 브라이언 다볼은 감독-코치진의 연봉과 숫자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라는 점을 이용하듯, 자신들의 코치 계보에 구애 받지 않고 유능한 인원들을 다양한 곳에서 선임을 했었다. 그렇게 라잌은 NFL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코치진을 구성했는데, 질적으로도 매우 높아서 감독급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여러 있었다. 우선, 실제 감독 출신인 코치가 두 명 (돔 케이퍼스 – 1950년생 수비코치로 90년~00년대 감독을 역임했고 팬서스 구단 최초의 감독이기도 함 / 짐 칼드웰 – 1955년생 공격코치로 콜츠와 라이온스에서 2010년대에 감독을 역임), 리그에서 각광을 받아서 감독으로 스카우트된 적이 있는 코치 두 명 (토마스 브라운 – 섀너핸 계보 중 하나로 션멕베이 밑에서 러닝 게임을 최근 3년간 지휘한 코치 / 에지로 에베로 – 역시나 멕베이 밑에 있었던 수비코치로 전년도 브롱코스에서 수준급의 수비를 지휘)을 포함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전 감독인 맷룰 사단의 인원 중 하나였던 오라인 코치 제임스 캠팬에 스페셜팀 코치 크리스 테이버까지 있었고, 텍산스 감독으로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던 차세대 공격코치로도 불리우는 조쉬 맥카운도 있었다.

전략 전술적으로 정말 다양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보니, ‘무엇이 우리팀의 어린 쿼터백에게 가장 좋을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 단순히 전술적으로 어떤 전술을 선택하느냐를 넘어서, 브라이스 영의 패스 동작이라던가 게임을 읽는 여러 기본기 중 먼저 무엇을 잡아야하는가에 대해서까지 코치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심했다. 프랭크 라잌은 결과적으로 영의 기본기를 다지고 패스 동작 등을 고치기보다는 자신의 공격 전술에 토마스 브라운의 공격 전술을 섞은 뒤 브라이스 영이 이를 익히게 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프랭크 라잌은 브라이스 영이 플레이 시작전에 수비를 읽고 가장 적절한 전술을 선택해서 시행해 나갈정도의 완성도를 요구했었지만, 아무리 1라운드 1번픽 브라이스 영이라도 쉽지 않았다. 원래 프랭크 라잌이 시도하는 공격전술의 난이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 프랭크 라잌의 빠른템포의 종적인 플레이에 특화된 샷건 전술 (90년대 빌스에서 유행한 K-Gun Offense 계보에서 나옴)과 언더센터에서 빛나는 토마스 브라운의 주특기인 횡적인 플레이를 섞어버리니 안그래도 높은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

이렇게 전술적으로 혼돈이 있는 상황에, 1년차의 어린 쿼터백, 그 쿼터백을 도와줄 리시버나 무기진조차 전무한 상황(팬서스는 팀의 1번리시버인 DJ 무어를 시카고베어스로 보냈고, 그 빈자리를 완전히 메워줄만한 선수는 찾지 못했다.)은 브라이스 영이 아닌 그 누가 와도 지옥같은 상황이었다. 브라이스 영 역시나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채 수비진들로부터 사냥을 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략-전술의 컨셉, 선수진까지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팀의 움직임과 전술적 행함조차 일관성이 없었다.

11월이 되기전에 0승 6패에 위치한 팀을 보고 답답해진 오너는 감독인 프랭크 라잌을 제치고 GM인 스캇 피터러 (Scott Fitterer)와 공격코치 한명을 소환하고는 무엇이 문제인지 상의를 하는데, 전술보다는 브라이스 영의 풋워크가 더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조쉬 맥카운 코치에게 특명을 내려 브라이스 영의 풋워크를 고치는 훈련을 별도로 하라고 한다. 아울러 프랭크 라잌은 게임 중에 공격 전술을 정하는 플레이 콜링 (Playcalling) 권한을 공격코치인 토마스 브라운에게 넘기고 본인은 좀 더 CEO역할로 빠지게 된다. 그러고 15-13으로 시즌 첫승을 거뒀지만 다음 2경기에서 각각 13점밖에 내지 못하자 프랭크 라잌은 플레이콜링 권한을 다시 회수해간다고 발표를 한다. 브라이스 영이 빠른 템포의 노허들 공격에서 좋은 순간들을 보인것을 근거로, 빠른 템포의 오펜스 (90년대 빌스의 K-Gun 오펜스는 허들을 하지 않는 빠른 템포의 노허들 오펜스의 최초 중 하나다)는 본인이 더 잘한다며 플레이콜링을 회수해간다. 하지만 플레이 콜링을 회수했음에도 공격은 전혀 나아지지 못했고, 오히려 감독이 말을 바꾼다면서 감독 -코치진 내부의 분열만 더 커졌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12주차 타이탄스 경기가 끝나고 프랭크 라잌의 재임기간도 끝나게 되었다. 팬서스는 팀 역사상 처음(물론 팬서스의 역사는 길지않다)으로 공격 코치 출신을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그 감독이 1라운드 1번픽으로 쿼터백을 뽑았기 때문에 팬들은 감독과 쿼터백이 함께 팀의 미래를 책임질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프랭크 라잌은 1년도 채우지 못한채 집으로 가게 되었다.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23시즌 실패를 온전히 쿼터백인 브라이스 영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감독인 프랭크 라잌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고 오너인 데이비드 테퍼의 탓이라고 하긴 어렵다. 브라이스 영은 루키 쿼터백이 성공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감독-코치진 내부의 통일된 의견도 없었고, 그를 도와줄 무기도 그 누구보다 부족한 상황이었다. 프랭크 라잌 역시나 팀의 선수 자원이 크게 받쳐지지 않은 상황에서 1번픽 쿼터백만으로 성적을 내야하는 압박이 있었고 데이비드 테퍼는 훌륭한 코치진을 구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 코치들은 팀을 위해 통일된 방향을 제시하고 실현시키지 못했다.

오너 – 데이비드 테퍼

결국, 이 셋은 한 몸으로, 하나의 시야로 게임을 바라보지 못했고 그 결과 무너졌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이다. 앞으로 팬서스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1번 자산인 브라이스 영의 실력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더 성장시키는 것이다. 23시즌 무너질대로 무너진 브라이스 영의 자신감을 살려주면서, 전술을 단순화 시키고 쿼터백을 도와줄 선수를 많이 구해야하는 것인데 그 시작으로 리셋버튼을 눌렀다. 무너졌던 지노 스미스의 커리어를 시애틀 시호크스에서 부활시킨 인물이자, 마찬가지로 위태로웠던 베이커 메이필드가 재계약을 받게끔 한 공격코치 출신 데이브 카날레스를 감독으로 데리고 오면서 브라이스 영을 키우려고 하고 있고, 장거리와 스피드에 특화된 신인 리시버 셰비어 레깃을 1라운드에 뽑았고, 중단거리 루트러닝에 특화된 리시버 디온테 존슨을 영입해왔다. 과연 무너져버렸던 브라이스 영이 그의 커리어를 되살릴 수 있을까 궁금하다.